이 글은 이동식 선생님께서 2000년 1월에 21세기를 보며 한국정신치료학회 회원들을 격려하고자 쓰신 글로, 한국정신치료학회보 (제26권 제5호) 2000년 1월호 권두언입니다.

2000년대를 맞이하는 우리의 과제(課題) - 李 東 植


금년은 서기(西紀)로 이천(二千)년이 되고 단기(檀紀)로는 사천삼백삼십삼(四千 三百 三十 三)년이고 경진(庚辰)년 용(龍)의 해다.

지금은 서양문명이 세계를 압도하고 우리나라도 한말(韓末)이후 특히 광복(光復)후에는 일제(日帝) 식민지(植民地)시대보다 더 서양과 일본의 영향이 가속화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지난해에는 서양의 아시아 지배(支配)의 유일하게 남아있던 마카오가 홍콩의 반환에 이어 사백(四百) 몇십년만에 중국령(中國領)으로 돌아갔다. 이것은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종말(終末)을 알려주는 상징적인 신호다. 모든 현상은 극(極)에 달하면 반대방향으로 진행한다. 겨울의 절정이 봄의 시작인 것처럼.

우리 겨레는 중앙아시아, 시베리아, 북중국, 만주, 한반도, 일본으로 간 중국에서 말하는 동이족(東夷族)이 주축이다. 중국의 물리학자인 엄신(嚴新)이란 사람은 이천오(二千五)년에는 한반도상공(韓半島上空)에 오성(五星)이 병렬(竝列)하는 대운(大運)이 우리나라를 찾아온다고 말했다는 것을 전하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우리의 적폐(積弊)가 극에 달해서 올바른 방향으로 방향전환을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하면 타당할 것이다.

고구려가 몽고에까지 진출했고 백제가 사백(四百)년동안 요서(遼西)를 지배했고 가야, 신라, 고구려, 백제, 발해가 일본으로 갔고 백제가 망한 후에 일본이 건국되었다. 신라가 당나라를 끌어들여 고구려와 백제를 멸망시킨 후에는 우리나라의 영토가 한반도로 축소되고 왜도 일본을 건국하고 거꾸로 왜구(倭寇)로서 우리나라를 괴롭히고 급기야 한말에는 식민지로 삼고 우리를 그들의 노예로 삼았다.

신라의 삼국통일 후에는 신라는 당의 지배를 물리치는데 힘을 쏟아야 했고 왜구에 시달려야 했다. 신라가 망하고 고려에 와서는 거란과의 삼십(三十)년 전쟁, 몽고와의 사십(四十)년 전쟁, 조선조에 와서는 임진왜란(壬辰倭亂), 곧이어 정묘호란(丁卯胡亂), 병자호란(丙子胡亂)으로 이어져 인조(仁祖)가 청태종(淸太宗)에게 항복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렇게 우리나라는 고구려가 망한 후에는 계속 외세(外勢)에 시달리고 허덕인 꼴이 되어 완전한 자주성(自主性), 주체성(主體性)을 회복하지 못하고 주체(主體)라는 말조차 사용하기를 꺼리고 정체불명(正體不明)의 해괴(駭怪)한 용어인 정체성(正體性)이란 말을 사용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십일세기(二十一世紀) 한국인(韓國人)의 과제(課題)는 천년(千年)을 묵어온 우리 겨레의 숙원(宿願)인 외세(外勢)로부터의 자유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것은 외국인이나 외국을 배척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외국인, 외국과 친구가 되어 서로 잘 사는 공존공영(共存共榮)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단군(檀君)의 건국이념(建國理念)을 구현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과거나 현재와 같이 한일외교나 대미외교, 기타 나라들과 외교에서 보여주듯이 자기 주장이 미약하고 항상 남의 눈치를 보거나 상대방은 생각도 없거나 친선 우호를 미끼로 침략을 꾀하는데도 짝사랑 외교를 하는 것은 지양하자는 것이다. 외교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학술, 종교, 모든 분야에서 주체성을 가지고 외국의 제도나 문화를 소화하자는 뜻이다. 패배의식, 열등의식을 벗어나는 것이 주체성(主體性)이고 정신건강(精神健康)이다.

정신치료 분야에서는 우리의 전통적인 정신치료인 도(道)를 바탕으로 해서 서양의 정신분석 상담을 흡수, 융합하는 것이 주체성이다. 이 작업은 이미 필자가 끝냈다고 말할 수 있다. 근래 정신분석에 이십(二十)년 종사한 서양의 분석가를 **회 지도한 바 있는데 드러난 것은 서양문화로서는 치료의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 문화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그쪽에서는 법에 저촉이 되기 때문에 환자를 도울 수 없는 경우가 상당히 있다는 것이 드러나서 계속 지도할 수 없게 되는 경우를 경험하고 있다. 서양의 정신치료자들은 서양철학에 대한 공부가 부족한 경우가 많지만 서양철학자의 정신분석에 대한 비판은 서양치료자가 잘 이해 못하는 도(道)와 통하는 면이 발견된다. 서양의 정신치료자들의 정신치료에 대한 이해의 심화(深化)와 서양철학자의 정신분석에 대한 비판을 합치면 이론상으로는 동양의 도(道)에 접근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십일세기(二十一世紀)는 세계화(世界化), 정보화(情報化) 시대라고 한다. 한국인이 internet을 지배하게 된다. 한글이 computer 문자가 된다. 십이,삼세기(十二,三世紀)의 징기스칸이 아시아, 유럽을 석권했듯이 몽골계통인 중국, 한국, 일본이 그것을 재연한다. 한국인은 세계적(global) 국민이다. 동서를 잘 알고 통합시킬 수 있는 유일한 민족이다. 정보 기동성, 무엇이든 잘 받아들이는 한국인의 특성이 앞으로의 세계화의 세상에 큰 몫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과 현실 앞에서 우리 정신치료학회 회원은 서양의 정신치료를 철저하게 소화하고 수도(修道)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연구한 결과를 가지고 세계정신의학회(世界精神醫學會)(WPA), 국제정신치료학회(IFP), 미국분석(美國分析)Academy, 무아심리학회(無我心理學會), 정신치료통합(精神治療統合)에 관한 학회(學會), 국제심리학회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발표를 하고 금년에 있을 아시아, 태평양 정신치료학회에서는 더구나 지도적인 역할을 위해 참가 발표가 요망된다. 세계에서뿐만 아니라 아시아에 있어서의 한국정신치료학회의 위치를 자각하고 이에 부응한 준비와 역할이 요망된다.

국내에서는 정신치료 교육과 교육자 양성과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도(道)와 정신치료(精神治療)를 이해할 수 있게 이에 관한 논문을 발췌한 국내외의 글을 모아 도와 정신치료 독본(讀本)을 편찬하여 회원들의 연구의 자료를 삼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여태까지 발표된 정신치료 사례를 추려내서 논평을 붙여 정신치료 학습 수련의 길잡이로 삼아야 한다. 정신치료 교육으로 치료 수준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학회의 운영과 학회지의 수준을 세계적 표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리고 개인적 접촉, 학회에서 접촉, 외국학회와의 교류 연구 발표, internet, E-mail 등을 통해 우리와 관심을 같이 하는 전 세계의 동지를 규합하여 구두, 또는 출판물로서 도(道)와 정신치료(精神治療)에 대한 국제적인 Forum, 나아가서는 도(道)와 정신치료(精神治療) 학회(學會)의 결성(結成)을 목표로 활동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학회 임원과 회원들의 개인적인 연구와 수도, 임원들의 영도력과 상호간의 이해와 협력, 우리 학회의 목적과 국내외에 있어서의 위치와 사명에 대한 투철한 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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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우도는 십우도(十牛圖), 목우도(牧牛圖)라고도 부르며 참선(參禪)에서의 각(覺)의 과정(過程)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림은 송광사의 십우도 벽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