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道)의 현대적 의의(意義)  
※ 본 논문은 1986년 7월 5일 한국정신치료학회 공개심포지움에서 구연되었고, 「대화」(경북의대 정신의학교실 학술지) 제3권 제3호 1986년에 게재되었다.
※ (편집 주) 이동식 명예회장의 허락을 받은 후에, 한자를 한글로 고치고 오자를 교정하는 작업을 거쳐 전재(轉載)한다.


도(道)의 현대적 의의(意義)

李 東 植 (한국정신치료학회 명예회장)


I. 왜 도가 문제가 되나?

도에 대한 관심은 두 갈래로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서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이고 하나는 우리 내부에서 우리 것으로 돌아가자는 움직임이다.

서양에서의 도에 대한 관심은 서양문명으로서는 인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고 정신분석, 현대물리학, 종교, 철학, 문학, 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생적(自生的)인 것에 동양의 도가 연결된 것이고 한국에서는 이러한 서양의 물결이 밀려오면서 이러한 서양의 물결의 영향을 받으면서 (예, 신과학운동의 소개) 외래문화의 지나친 침투에 대한 주체적 문화를 추구하는 흐름이 있다.

21세기는 서양문화가 동북아의 전통과 융합이 되어 새로운 문명이 탄생한다느니 태평양시대에서 동서를 통합할 수 있는 민족은 중국인도 인도인도 일본인도 아닌 한국민족이 제일 적합하다는 소론(所論)이 나오는 까닭은 우리가 지니고 있는 전통(傳統)과 우리의 심성(心性)때문이다.

Lewis Mumford는 과거 300년의 서양의 역사는 야만과 붕괴의 역사라고 지적하고 해결책으로 자기검토, 자기이해, 자기기율(自己紀律), 자기제어(自己制御)를 제시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전통의 핵심이다. 이것은 르네상스가 자아의 각성이 아니라 본능의 각성이고 해방이기 때문이다.

서양문명의 특징은 플라톤 이후 모든 것을 개념화ㆍ이론화함으로써 주관과 객관, 정신과 물질 또는 신체, 인간과 신,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을 분리 대상화하는 것이고, 오늘날의 서양문명의 위기는 여기서 오는 필연적인 귀결이다.

이러한 위기의 증상을 열거하면 한마디로 <현대인의 소외>란 말로 표현된다. 구미(歐美)의 노련한 정신분석자 정신치료자들의 공통적인 외침이 서양인은 성공과 업적의 노예가 되어 자신과 타인으로부터 소외되어 정(情)이나 정열을 상실한 자동기계 내지 고립된 존재라고 말한다. 또 다른 표현을 빌리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 잠재능력을 성취 실현할 수 없게 되어 있다는 것이고, 근대화는 정신적인 불안(spiritual malaise) 소외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다.

과학적 근대화는 인간성을 박탈하고 감정을 주관적이라고 배격하고 애정의 감정을 상실케 하고 인간관계가 기계적으로 되어 모든 인간을 고독에 빠지게 하고 있다. 또한 인간과 세계를 분리하고 환원주의(reductionism)는 탈인간화(dehumanization)를 초래하고 인간의 주체성을 상실케 하고 자존심을 저하시키고 자기애에 빠지게 하고 기대저하를 초래한다. 한마디로 과학이 정신적 가치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토인비가 말한 단편화(fragmentation)란 말로 특징지을 수도 있다.

과학은 우리가 원하는 것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부분만을 인식하고 자연을 지배하고자 하는 것이 거꾸로 자연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그러므로 ‘지배’가 아닌 동양적인 ‘참여(參與)’로써만이 전체적인 인식을 가능케 한다. 이는 데카르트의 이분법의 결과이며 이것을 탈피하자는 것이다. 부분 속에 전체가 들어 있다. 이것이 초기 그리이스 철학자나 도(道)의 이상이다(우주는 전일(全一)하고 유기적인 관계에 있다는). 과학이 나와서 세계와 인간을 분리함으로서 공허감과 고독이 온다. 한마디로 주객의 분리에서 오는 것이고 이성적인 것과 논리적인 것의 혼동에서 온다고도 볼 수 있다. 프리브람(Karl Pribram)은 rational은 harmonic하고 musical하다고 말한다.

인과율의 부정이나 선적(線的)인 발전이 없다는 주장, 과학을 인간화해야겠다는 주장이나, 코르지브스키(Alfred Korzybski)의 지도(地圖)는 영토(領土)가 아니라는 표현, 빗드켄슈타인의 철학 등 모든 것이 도를 지향하는 것과 일치해 가고 있다. 이는 불교에서 달과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과 유사하다. 도는 주객일치요 주체성이고 휴머니즘의 극치요 우주의 원리이고 궁극적인 실재(實在)이기 때문이다.

과학의 도화(道化), 도의 과학화 그리고 도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동양사상과 과학, 정신분석, 정신치료와의 관련에서 다루어 보기로 하겠다.
Untitled Document
Copyright(c) 2004 Korean Academy of psychotherapists. All rights reserved.
※ 심우도는 십우도(十牛圖), 목우도(牧牛圖)라고도 부르며 참선(參禪)에서의 각(覺)의 과정(過程)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림은 송광사의 십우도 벽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