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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우도

이선생님인터뷰기사(불광25주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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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4회 작성일 25-05-2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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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불광창립 25주년호인 199911월호에 실린 이동식 선생님과의 특집 인터뷰 기사입니다.

 

- 오늘을 밝히는 등불들 -

 

한국정신치료학회 명예회장 이동식 박사

대학자의 참다운 인술(仁術)

글 김명환 사진 윤명숙

 

 

하하하 ….”

나이 80을 눈앞에 둔 이동식(신경정신과 동북의원 원장) 박사. 그의 웃음소리가 참 경쾌하다. 정신의학 분야에 있어 그는 국내는 물론 국제 사회에서 주목받아온 세계적인 권위의 대학자이다. 하지만 그에게서는 그런 권위나 위엄 같은 것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마치 가까운 이웃의 할아버지처럼 이야기 중간중간 껄껄 웃고, 하나하나 이야기해주시는 말씀은 자상하기까지 하다. 참 편하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광덕 스님은 그를 만날수록 좋아지는 사람이라고 하셨던가 보다.

그러고보니 그는 참 젊어보인다. 많이 보아야 70, 도저히 80 나이가 믿기지 않는다. 더욱이 95, 96년 직장암과 간 이상으로 두 차례의 큰 수술을 받았던 몸이라고는 더더욱 믿기 어렵다.

더 건강해야 할 텐데 의사들이 시원치 않아가지고, 하하하….

건강의 비결이 뭐 있나. 평상심이 도라는 말이 있지요. 자기하고의 대화, 졸음이 오면 자고, 목이 마르면 물 마시고, 배 고프면 밥 먹고. 자기하고 대화를 많이 하는 겁니다.

화가 나면 왜 화가 나나 자기 마음을 봐야지, 석가모니 부처님 깨달음의 핵심이 그거 아닙니까?

불취외상(不取外相) 자심반조(自心返照), 자기가 생각하는 것은 전부 착각이다 이거야. 자기 마음을 비추어보라, 불교 근본이 그거 아니겠습니까?

참선하는 게 쉬어라 그거밖에 더 있어요. 마음을 쉬어라 이겁니다.

육조단경에도 혜능 스님이 응무소주(應無所住) 이생기심(而生其心)’이라는 말에서 깨닫잖아요. 집착을 안 한다 이거지요.”

반 농담처럼 웃음으로 시작한 그의 건강 비결이 어느새 불교의 진리로 다가선다.

그가 처음 정신의학을 공부할 당시는 같은 의사들조차 신경정신과 의사가 존재한다는 것을 모를 정도였다. 일제치하, 그리고 6.25를 막 겪어냈던 때였으니 그만큼 정신의학이라는 분야가 생소한 때였던 것이다.

1938년 대구의학전문학교에 입학한 그는 무미건조한 의학 공부보다도 정작 언어학 같은 인문사회 분야를 공부하고 싶었다. 결국 인문사회 분야, 그리고 인간의 삶에 대한 관심은 그로 하여금 정신의학이라는 분야에 눈을 뜨게 했다.

하나를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는 절대로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는 철저한 성격은 경성제국대학(현 서울대학교) 의학부 시절, 정신의학, 정신분석, 정신치료의 이론과 실제는 물론 어학공부를 비롯해 철학, 문화인류학, 심리학, 자연과학에 이르기까지 두루 섭렵하게 했다. 의학도로서 법문학부 철학과의 세미나에 참석했고 칸트, 쇼펜하워, 니체의 책을 원서 그대로 읽었다.

덕분에 그는 1949년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정신분석을, 1951년부터는 대구대학에서 자연과학개론을 강의할 수 있었다. 그리고 54년까지 그는 서울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정신분석 강의를 계속하였다. 가르치는 일은 그 스스로도 큰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일이었다.

19547월 정신분석을 좀더 공부할 목적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뉴욕대학교 신경정신과 레지던트로 근무하였고, 윌리엄 알란 손화이트 정신분석연구소에서는 일년여 일반학생으로 수강하면서 6개월간 수련을 받기도 했다. 57년부터는 아이오와주 체로키 정신보건원과 켄터키 주립 중앙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하면서 신경정신의학의 다양한 사례를 경험하였다.

그리고 59년 귀국 전까지 그는 미국 일부와 유럽을 비롯한 일본, 중동 등지를 둘러보고 국제정신치료학회, 세계철학자대회, 국제정신약리학회 등에 참석하며 새로운 시각에 눈을 떠갔다. 우리의 전통사상과 문화가 그 어디에 내놓아도 결코 뒤지지 않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지에 있음을 확인했던 것이다.

우리 역사가 오천년이라고 하는데 동양이나 우리 나라에도 정신치료 방법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불교부터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불교가 완전히 정신치료더라구요. 핵심이 집착을 없애는 거 아닌가요.”

귀국 후 그는 수도의과대학(현 고려대학교), 서울대학교, 경북대학교 의과대학교 신경정신과 교수로서 국내외의 각종 활동을 통해 동서양에 서로 잘못 이해되어지고 알려진 것들을 올바르게 깨우치는 일에 적극 나섰다.

한국인의 주체성, 현대사회와 정신치료, 도와 정신치료의 접목과 통합, 한국의 전통문화와 정신치료 등 그가 정신의학과 관련해 국내외에 발표한 각종 논문과 글들은 당시 학계는 물론 사회일반에 이르기까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오늘날 세계 속의 한국을 재발견하고 자기의 뿌리를 찾으려는 자각 운동의 한 시작을 그에게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1946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를 창립하는 데 참여한 그는 1965년에는 학회장을 역임했다. 또한 한국정신치료학회를 창설하고 후진양성에 힘쓰는 등 그야말로 그는 우리 나라 정신의학계의 선각자이자 선구자로 한평생을 살아온 것이다.

정신위생(건강)이란 옛말로 한다면 도를 닦는 수도요,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이고, 감정을 순화시키는 것이고, 부당한 욕심을 없애는 것이고, 인격을 성숙시키는 것이고,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위 구절은 1976년 월간 불광 4월호로 연재를 시작한 현대인의 정신위생을 통해 이동식 박사가 밝힌 정신건강(의학)의 핵심이다.

불교를 공부하려는 풍토가 희박하던 때였지요. ‘문도회라는 이름은 나중에 붙였는데, 65년에 공부 모임을 만들고 『서장(書狀)』부터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66년인가 학회에서 정신과 의사를 상대로 선에 대해서 강의를 해야 되는데 행원 스님이 소개를 했나. 그래 인연이 돼서 광덕 스님이 강의를 해주셨지요.

그리고 불광지 창간되고 얼마 있다가 광덕 스님이 직접 오셔서 글을 부탁하시더군요.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기에 원고료도 안 받고 흔쾌히 쓰기 시작했지요.”

그가 회고하는 광덕 스님, 그리고 불광과의 남다른 인연이다. 그의 글은 88년까지 무려 12년 동안 변함없이 불광에 110여 편이 연재됐고, 단행본으로 묶여져 스테디셀러로서 오늘까지 독자와 만나고 있다.

이제 조금 쉬어도 될 터인데 그는 지금도 환자 치료를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1960년 그 자신이 성북동 지금의 위치에 문을 연 동북의원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환자 치료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그의 환자 치료는 특이하다. 아무런 형식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긴장은 커녕, 환자 앞에서도 마음놓고 예의 그 웃음을 터뜨린다. 상황에 따라 환자가 웃는 것도 치료의 일부라는 생각 때문이다.

또한 엄마를 따라온 어린아이에게는 노래를 부르게 한다. 손자 손녀를 앞에 둔 할아버지의 자연스런 모습 같다. 또 환자가 치료비가 없어 끝까지 치료를 계속 못할 경우에는 녹음을 해두었다가 혼자 들으면서 자가치료를 해보라고 일러준다. 환자에게 설명이 필요할 때는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들을 수 있는 용어와 말로써 알아 들을 수 있게 설명을 한다. 가까운 이웃처럼 부담없는 자연스런 치료인데 이는 학문과 실제의 통달이 없이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참다운 인술(仁術)이란 어떤 것인가를 몸소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그는 요즘도 제자들을 비롯해 심리학자, 교수 등 후학들을 위해 강사들을 초빙하고 그 자신 그들과 직접 대화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매주 수요일, 토요일, 월요일에 개최되는 강의와 사례발표, 연찬회 형식의 모임이 그것인데 30여 년 지속된 이 모임에서는 요즘 불교공부에 이어 장자를 공부하고 있다.

그 자신 동양과 서양의 정신치료의 통합을 이룩하고 현대문명의 병을 치유할 방법을 명쾌히 제시했지만 이제 자신의 후학들이 세계 무대에서 다시 한번 일가를 이루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불도를 펴려면 도인이, 선지식이 많이 나와야지요. 보통사람의 눈에는 시골 촌뜨기처럼 보여도 사람 교화가 되는. 그런 점에서 보면 경봉 스님이 인상적이었어요. 자연스러웠거든. 도란 자연스러워야 되는 것 아닌가. 도가 별 게 아니고 성실성이, 자연스러움이 도예요.

그런데 지금은 가짜 지향적인 사회라, 가짜가 되야 돈도 벌고 출세하니까, 진짜가 경원시 당하고 있어요. 정법을 해나가야 진짜지. 불교에서 말하는 마음을 닦아라 하는 게 그겁니다.

참선도 정신의학과 관련해서는 서양식으로 정신치료를 해서 자기 문제를 깨닫고 그 다음에 참선을 하는 게 효과적이다 그런 생각입니다.”

불교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따뜻한 시선으로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와 바람이 끝이 없다. 이론과 사상을 인술(仁術)로써, 생활로써 보여주는 그의 모습이 이즈음 더없이 귀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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