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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보내면서 : 한국정신치료학회보 199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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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629회 작성일 23-09-1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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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신치료학회보 제23권 제8호 1996년 12월

◎ 卷頭言 ◎

해를 보내면서
李 東 植 명예회장 (동북신경정신과)

  금년은 여러 가지로 우리 나라는 어려운 해라고 생각이 된다. 여러 가지 사고와 천억달러를 넘는 외채, 산업공동화의 조짐, 정부나 정치인, 국민을 막론하고 정신을 못차리고 거품을 빼지 못하고 낭비하는 풍조, 정부․정당․군인․국민의 안보의식에 금이 가 있는 것을 보여준 북한 잠수함 침투 사건, 북한 테러로 보이는 최영사 살해사건, 일본의 노골적인 군국주의 침략주의화의 속도 등 우리의 현실인식과 대응의 일대전환을 촉구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국내외의 급격한 변동을 배경으로 우리 한국정신치료학회는 어떤 변화를 촉구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 학회는 1960년대 초에 태동하여 외부의 압력으로 유산이 되었다가 1974년에 정식으로 발족하여 동서 정신치료 통합을 목표로 우리의 전통적인 도(道)를 공부하고 서양의 정신분석이나 정신치료의 정수를 섭취하는 작업을 계속해 왔다. 발족 20년 만인 1994년에 서울에서 동서정신치료통합을 주제로 제 16차 국제정신치료학회를 개최하여 세계정신치료의 신기원(新紀元)을 열었다는 찬사를 들었다.
  이것은 서양의 정신치료나 정신분석이 도(道)에 접근하고 서양의 과학이나 사상이 도에 접근하고 있는 것과 궤(軌)를 같이 하는 것이다. 서양사상이 교통, 관계, 연대를 부르짖는 것이 하나고 서양의 과학이 도를 가시화(可視化)하고 물질적으로 밝혀주고 있는 것이다. 94년 국제학회의 중요한 수확 중 하나는 프로이드의 정신분석 이론이 인도 사상의 영향을 받은 쇼펜하우어와 그의 제자인 니이체의 영향이라는 서양 정통 프로이드파의 연구와 맥을 같이 하는 페터스 교수의 발표가 있었다는 점이다. 그는 유럽 정신치료의 뿌리는 독일 정신치료이고 독일 정신치료는 1700년대의 동양의 문학, 철학, 의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지적하였다. 그후 작금의 움직임은 이제는 서양이 우리에게서 배우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1988년 로잔에서의 국제정신치료학회에서 내가 발표한 후 Medard Boss가 유언처럼 "We have to learn from the East. It will take another 10 years to understand."라고 예언한 것이 현실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융은 평생 도에 심취했고 ’94년 당시 국제 분석심리학회 회장이던 Thomas Kirsh는 서울에서 ‘융은 도(道)로써 자기 분석을 하고 도인(道人)으로 일생을 마쳤다’고 했지만은 융은 그의 저서에서 ‘서양인은 야만인이고 중국인은 문명인이다. 유럽 사람이 동양과 서양의 다리를 놓아야 한다’고 했다.
  융이나 보스는 동서정신치료의 통합을 역설한 선구자라고 볼 수 있다. 1994년 국제학회는 이러한 목표의 달성을 구체화시킨 것이다.
  1997년 5월에 있을 미국 정신의학회와 정신분석학회에서 정신분석에 대한 한국의 공헌을 발표해 달라는 요청을 강석헌(姜錫憲) 교수가 받고 있다. 우리의 22년의 노력이 결실을 보게 되는 1997년을 앞두고 우리 회원들은 과연 각자가 우리에게 부과된 이러한 사명(使命)을 수행할 준비가 어느 정도 되어있는가, 우리의 도를 어느 정도 알고 체득(體得)하고 있는가? 서양의 정신분석이나 정신치료를 서양의 전문가의 의견을 교환할 만치 서양 것을 알고 있는가? 이러한 준비가 시급하다. 지난 가을 발리 섬에서의 제1회 아시아․태평양 정신치료학회에 참석한 회원들은 이 점에 대해 깊은 느낌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기회는 눈 앞에 와 있다. 우리의 준비만이 문제다. 새해에 오는 기회를 잡을 준비를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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