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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煞) 우리 전통(傳統)을 압시다. : 원광아동상담쎈터회보 10호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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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569회 작성일 23-09-20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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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아동상담쎈터회보 10호 1998년 11월


살(煞)

우리 전통(傳統)을 압시다.


李 東 植 (한국정신치료학회 명예회장)


1. 서론(序論)


  우리나라는 19세기 말 서양의 제국주의와 이를 모방한 일본의 제국주의(帝國主義)를 모르고 이를 모방하려다 도리어 일본의 식민지(植民地)로 전락하여 2차 세계대전 후에는 미국의 무지(無知)와 일본의 간교한 술책에 넘어간 미국의 무관심과 무지(無知)로 인해서 남과 북으로 나라가 두 동강이 나서 지금은 그동안 이룩해 놓은 경제성장과 기타 영역의 발전이 후퇴하고 국가와 민족이 존망(存亡)의 위기를 맞고 있다.

  내가 보기에는 우리나라 사람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광복 후 반공(反共)을 위해 친일파(親日派)를 숙청을 못하고 등용해서 이승만 혼자는 일본 인식과 반일정신이 투철하였지만은 그가 등용한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지 못해서 결국 일본 식민 하에 길러진 노예근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암(癌)이요. 정신을 좀 먹고 있는 근본 원인이다. 여기에서 우리 것을 업신여기고 알려고 하거나 배우려고 하지 않고 서양이나 일본 것이 좋은 줄 알고 배우고 모방하는 사회 분위기로 바꾸어져 버렸다. 우리 문화의 존재를 무시하고 외국 것을 모방해서 들여오지만 문화적 토양(土壤)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것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11년 전에 정신치료 연찬회에서 내가 면담한 녹음을 들려주었더니 현재, 모 의대 정신과 교수로 있는 사람이 왜 환자에게 반말을 하느냐고 좀 비난조의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이것이 우리 문화를 무시하고 외국 것을 잘못 도입하는 좋은 예이다.

  영어로 you는 우리말로는 당신, 그대, 어르신네, 어르신, 아주머니, 아저씨, 아가씨, 너, 기타 여러 가지로, 그때 그 장소에 알맞은 나와의 관계에 부합되는 표현을 해야 되는데 영어의 you를 존대의 의미로만 알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존대로 사용하는 것이 영어의 you의 뜻에 부합되는 것인가? 우리말의 관점에서 보면 you는 발달되지 못한 야만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 보고 존대를 하면 정신치료의 출발인 ‘라포르(rapport)'가 성립되지 않는다.


2. 살(煞)


  우리 조상들이 알고 있는 인간 이해의 깊은 전통이 많으나 그 중에서 내가 만58년을 정신의학을 공부하고 정신치료를 실시한 지 46년이 되는 경험에서 절실하게 가슴에 와 닿는 것 중 하나가 살(煞)이다.

  이미 작고한 미국의 Leon Saul이란 정신분석 하는 정신과 의사도 자기 저서에서 적개심이 정서 장애에 있어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모르면 유능한 정신 치료자라고 할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있다. 무당이나 도를 닦는데 살풀이 해원(解寃)이라는 것이 적개심을 해소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30년 전 어떤 어머니가 19살 된 S대 1학년에 입학한 여학생을 데리고 왔다. 딸의 치료에 대한 열의는 대단하나 그 열의가 따뜻한 사랑이 아니라 무언가 긴장이 감돌고 사람을 쳐다보는 눈초리가 어떻게 보면 살기(殺氣)가 돈다고나 할까, 그러한 느낌을 준다. 그러면서 내 말을 전적으로 믿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 한 구석에 딴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도 오래된 일이라 자세한 기억은 없으나 어머니에게 딸의 병의 원인과 병이 나으려면 어떻게 해야 된다는 것을 일러주어도 잘 먹혀 들어가지 않고 합동치료(conjoint)도 되지 않고 나중에는 어머니가 나를 쳐다보는 눈에 섬짓한 살(煞)을 느끼게 한다. 섬짓하고 심장을 찌르는 느낌을 준다. 나는 어머니가 나를 쳐다보는 눈초리를 느끼면서 아! 이 여학생이 평생 저런 눈초리의 독기(毒氣)를 받아서 정신분열병이 되었구나. 누군들 날 때부터 저런 눈초리로 평생 살(煞)을 맞고 안 미칠 사람이 있을까. 몹시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나서 얼마 후에 어떤 30대 부인이 남편과 아이와 적응이 잘 되지 않아 정신치료를 받다가 지방에 있는 남동생이 내 제자인 모 대학 교수에게 1년 치료해서 좀 좋아졌는데 그 교수가 1년간 외국 유학 간 동안 치료를 못 받고 지금 교수가 돌아와 있는데 한번 봐 달라고 친정어머니와 같이 와서 남동생 문제를 의논하러 왔다. 내가 어머니를 보는 순간 아! 저 어머니의 눈 때문에 아들이 정신병이 되었구나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의 눈초리 때문에 아들이 정신병이 되었다고 내가 말했더니 어머니 말이 아들이 대학 1학년 때 정신분열병이 발병할 때에 어머니보고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이 어머니는 먼저 말한 여학생의 어머니와 달리 좀 더 친절해 보이고 가슴을 찌르는 살기는 느끼지 못하나 명확한 한가지의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감이 부족하고 상대방 마음을 분열시키는 눈초리다. 그 후에 얼마 있다가 어머니와 누이의 권유로 처음엔 일주일에 두 번, 나중엔 일주일에 한 번 기차를 타고 와서 몇 년 치료받고 학원 강사를 하다가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 어머니께서 느껴 오는 감정을 소화하지 못해서 정신분열병이 되고 이 감정을 깨닫고 벗어남으로써 정신병에서 해방이 되는 것이다. 뿌리가 빠지려면 치료가 끝난 뒤에도 혼자서 깨달음을 잊지 않고 계속 훈습(薰習)을 계속해야 한다.

  다음에는 1984년 여름에 처음 찾아온 남자다. 처음 왔을 때에는 S대학 3학년때다. 처음에는 말도 잘 못하고 피해적인 감정 때문에 친구들과의 관계도 어렵고 대학을 졸업 후에도 대인관계의 어려움 때문에 취직을 할 수 없어 대학원을 다니게 했으나 대학원도 다니기는 다녀도 논문을 쓰지 못했다. 외국에서 일하고 있는 아버지를 따라가 있다가 미국에 가 있는 동안은 정신분석을 하는 교포 정신과 의사를 소개해서 치료를 받게 했었다.

  환자가 처음 내게 왔을 때는 이미 쌍둥이 누나들이 정신병으로 자살했고 환자가 입원 중에는 막내 여동생이 외래로 긴 기간은 아니고 정신치료를 받아서 현재는 의사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이 환자가 외국가기 전에 가끔 부모와 환자를 동석시켜서 합동치료를 할 때 어머니가 이런 얘기를 했다. 할아버지 말씀이 환자의 어머니가 여학교 다닐 때 저 애는 살이 많아서 도저히 시집가서 잘 살 수가 없으니 데릴사위나 해야지 시집을 보내면 안된다고 늘 말씀하셨는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무식한 우리 아버지가 나를 시집보내서 이렇게 되었다고 술회했었다.

  이것은 내가 자녀들의 정신병의 원인이 부모가 싸우기 때문이고, 부모의 싸움의 원인은 어머니는 강하고 아버지는 기가 약해서 마누라를 이기지 못하니 기물을 부수고 난동을 부리는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해서 정신병이 되었다고 설명하자 이에 대한 반응으로 나온 말 이었다. 그리고 남편이 없을 때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일제 시대에 양가가 다 부자여서 어머니는 일본 동경의 여자대학을 다니고 아버지도 역시 동경의 모 의과대학을 다닐 때 약혼을 했는데 남편이 돈을 쓰는 것을 보니 집에서 백원이 오면 백오십원을 쓰는 것을 보고 이 남자는 틀렸구나라고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 말을 할 때 표정을 보고 바로 이것이 부부싸움과 자녀들의 정신병 ‧ 자살의 원인이구나 가슴에 왔다. 이것이 바로 처녀 때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귀국하여 피해망상이 심해져서 우리 병원은 입원실을 폐지했기 때문에 여러 병원을 입원, 외래 약물치료를 해오다가 중간 중간에 전화나 편지를 보내왔는데 얼마 전부터는 부모를 치료한다고 일주일에 두 시간씩 세 사람이 같이 와서 치료를 받고 있다.

  처음에는 부모가 자기를 세 번 죽이려고 했다고 흥분하는 것을 아버지는 귀도 잘 안 들리고 치매끼가 있어 모대학병원에 정기적으로 가서 약을 타 먹고 있어 주로 환자와 어머니가 대화를 나누는데 어머니는 죽이려고 한 일이 없다고 하니 환자는 흥분했다. 환자가 말하는 죽이려고 했다는 것은 강제입원과 약의 부작용으로 받은 고통을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어머니에게 강제 입원과 약의 부작용을 고통스러워했다는 뜻이니 아니라고 하지 말라, 장자(莊子)의 인간세(人間世)편에 ‘남을 교화시키려면 남의 말을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어라, 마음으로도 듣지 말고 기(氣)로써 들어라, 기(氣)로써 들으려면 심재(心齋)를 해야 한다. 심재(心齋)는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이 구절을 되풀이해서 읽으라고 하니 어머니가 아니라고 말대꾸를 하지 않게 되어 환자는 마음속에 있는 것을 자유롭게 털어놓게 되어 흥분이 없어지고 부모도 혈색이 좋아지고 마음이 편해져서 살 것 같다고 한다. 어머니의 대꾸가 살에서 나온 것이다. 살이 나타나지 않으니 충돌이 없어지고 대화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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