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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사태를 어떻게 볼 것인가? : 한국정신치료학회보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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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503회 작성일 23-09-2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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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신치료학회보 제27권 제4호 2000년 11월


◎ 卷頭對談 ◎


의약분업사태를 어떻게 볼 것인가?


편집실에서: 의약분업으로 인한 파행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해결의 전망은 갈수록 어두워 보인다. 이런 때일수록 오히려 근본을 돌아보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이동식 명예회장님의 견해를 들어볼 자리를 만들었다. 2000년 11월 15일 동양고전강독모임이 끝난 자리에서, 이정국, 안병탁 회원이 미리 준비한 질문을 하고, 이동식 선생님의 대답을 듣는 형식이었다. 고전강독에 참석하셨던 다른 선생님들께서도 활발하게 참여해 주셨지만, 사전에 준비했던 질문을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안병탁: 저는 여러 회원들의 의견을 취합하여 4가지 질문으로 정리를 해봤습니다: 1. 현 사태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2. 의사들이 반성해야 될 점은 무엇인가? 3. 많은 사람들이 ‘이건 결국 대통령이 결심해야 될 사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대통령의 의중’은 무엇일까? 4. 의사들은 어떤 방향으로 싸워야 할 것인가? 이상 4가지입니다.


이정국: 제 질문은, 1. 의료의 본질이 뭐냐 하는 것과, 그런 본질에 입각해서 본 한국의료의 문제점과 해결책은? 2. 그리고, 지금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의약분업이란 걸 시행하는 것을 어떻게 보시는지? 3. 우리나라 전통은 약사든 의사든 한곳에서 진단과 처방이 이루어지는 것이었는데, 약사들이 이렇게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전통이 그렇다고 해서 용납할 수 있는지? 4. 요즘 의사들에 대해 ‘집단이기주의’라는 비판이 상당히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입장을 가져야 될 건지? 5. 정부가 분업을 강행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약물오남용을 방지하고 국민건강을 증진한다는 것인데, 그 외에도 ‘사회주의의료를 하려는 거 아니냐’, ‘약품거래를 통제함으로써 정치자금을 끌어들이려는 거 아니냐’는 등의 여러 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의약분업을 강행하는 저의가 과연 무엇일까? 이렇게 5가지를 생각해 봤습니다.


이동식: 크게 보면, 원래 발단은, 박정희가 의료보험수가를 그렇게 해 가지고 의사들에게 모든 금전적 비용을 전가시킨 건데, 의사들이 거기에 반대를 안하고 받아들였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렇게 되게 되어있었던 것인데, 근래 와서 김대중씨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모든 걸 ‘제2건국’, 말하자면 ‘과거의 나라는 없어지고 새로운 왕조를 만든다’하는 욕심으로 하다보니까 이렇게 된거라.

  내가 보기에는 무엇 때문에 분업을 하자는 건지, 그것부터가 혼동되어 있더라고. 뭘 개혁을 한다하면, 국민건강을 위해서 해야지. 그러기 위해서는 약사도 어느 정도 자기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의사도 어느 정도 그게 있어야 환자 진료에 헌신할 수 있잖아? 그것도 어디까지나 국민건강을 중심으로 생각을 해야된다 말이야. 근데 의약분업이라는게 국민건강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건지 그게 확실치가 않아. 

  하려면 우리 전통에 맞게 연구를 해야지. 뭐 약국에서, 사실 뭐 약사가 아니라도 말이야, 뭐 병원도 없고 약사도 없는데 아픈 사람이 있으면, 누구라도 다, 뭐 ‘이거를 먹어보라’한다든지 하는 그게 당연한거 아냐? 요는 한계가 문제라 말이야. 약사가 양심적으로 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지. 결국 양심이 문제라고, 모든 직업이. 그 중에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은 법으로 따로 다스려야지. 의약분업 이런거 가지고 할 문제가 아니란 말이야. 그런데 이게 혼동이 되어있더라고. 의료의 본질, 국민건강을 근본으로 해야되는데.


안병탁: 말씀해주시는 가운데 좋은 답이 많이 나왔습니다. 이제 좀더 구체적으로 의사들이 그동안 잘못해온 점들을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선생님께서 오랫동안 의사생활을 해오시면서, 이러면 안되는데 하고 느끼셨던 점들은?


이동식: 해방 후 현재까지 보면 제일 부정부패가 없는 직업이 의사더라고. 한 20년 전에 정신감정을 하는데, 변호사는 감정서를 끊을 때 병원장 허가를 맡아야 되는 줄 알더라고. 법조계에서는 자기 판단으로서 판검사가 뭘 판단한다 이런게 흐려져 있으니까, 의사도 무슨 상부의 지시를 받아서 진단서 쓰고 이런 걸로 알고 있더라 말이야. 그래서 내가 의사는 아직 그렇게까지 부패되어있지 않다고 말해준 일이 있지. 의사가 다른 직업처럼 부패하면, 환자 다 죽는거지 뭐.

  그건 그렇고, 근본바탕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식민지하에 35년 있어가지고, 그때는 국민이다, 뭐 나라생각 하면 잡혀가는 때거든, 그게 해방후에도 계속 안바뀌고 친일파 민족반역자가 정치하고 있으니까, 의식구조가 이게 식민지하에 그대로 남아있다고. 그러니까 정부에서 잘못해도, 잘못하는 줄 알면서도 비판이나 대항을 못한다고. 

  박정희도 자기가 가난하게 자라고 뭐 그래서 그런지, 박정희나 저 김대중이나 적개심이 많거든, 그러니까 의사가 뭐  빌딩 짓고 이런거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어. 말하자면, 환자라든지 의료라든지 하는 그런 공정한 생각에서 하지를 못하고, 의사가 피해보는거에 대해서 무관심했다는 그건 틀림없이 적개심이 있는거라. 남이 고생하는걸 간과하는 건 적개심이거든.

  의료보험이 도입될 당시에, 내가 직감적으로  느낀게, 이건 정부나 재벌이 돈 들여서 해야될 거를 의사에게 떠넘기는 거더란 말이야. 그거 뭐 경제학자가 보면 간단한 거지 뭐.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우리보다 경제가 나쁜 나라도, 정치한다 하면 우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무료진료 시설을 만들어야되는 거야. 돈 있는 사람은 자기돈 가지고 병원에 가면 되는 거니까. 그거부터 해야되는데, 이거는 안하고, 그런 환자까지 인자 개업의들한테 다 떠넘기고, 이거는 처음부터 기본이 잘못된거야. 그러니까 의사들 같으면, ‘이거 가지고는 병원이 안된다, 병원이 안될 거 같으면 환자를 제대로 진료할 수가 없다’ 이런 것을 의사 아닌 사람들한테 알려줘야 하는데, 우선 자기 병원에 들어앉아서, 먹고는 사니까, 그런데 대한, 국가 전체에 대한, 그런 생각이 없었다고. 밤낮 그러니까, 집단이기주의다 뭐 이런 말이 들어오게끔 된 거라.

  의사들이 제대로 하려면, 1차 2차 3차해서, 일반개업의 하고 network을 만들어야 된다고. 내가 환자 검사나 뭐 그런걸 의뢰하면, 거기서는 검사, 진단결과를 나한테 알려주고, 수술한다든지 뭐 하고 나서는 환자를 나한테 다시 보내야지. 이렇게 되어야 되는데, 종합병원이 수지가 안 맞으니까, 동네병원서 할 것까지 전부 해버리니까, 다 제대로 안되는 거지. 3분간 진료다 뭐다, 그건 말이 안되는 거지. 왜 그렇게 하냐 말이야. 못한다고 해야지.

  하여튼, 환자가 안심하고 동네병원만 가면 되게 만들어야 되. 지금 의사인 나도 병나면 어느 의사에게 가야할지를 모른다고. 환자들에게 제대로 하는 의사가 어떻다 하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 동네병원에 가면 다 해결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되.

  그리고 의사들이 의료정책을 항상 연구를 해서 시대가 바뀌면 거기에 맞춰서 개량을 하고 이렇게 해야되는데, 의사회에선 전혀 홍보도 안하고, 자기 개인들, 뭐 국회의원이나 하려고 말이야. 그 사람들 과거에 뭘 했나 하는 걸 다 조사 검토해서, 앞으로는 그런 짓 못하게 해야 되.  


  (의사들의 투쟁에도 불구하고 정부측이 무성의하다는 좌중의 성토가 있은 뒤) 그러니까 다른 현상이나 마찬가지야, 지금 교사들이나 뭐, 모든 현상이 다 마찬가지야. 아까 ‘대통령의 의중이 뭐냐’ 하는데, 다 마찬가지거든. 뭐 ‘국민을 무시한다’ 이렇게 결론이 나 있잖아? 그러니깐 문제가 생긴다 말이야. 대통령 같으면 뭐 ‘환자가 죽어간다’ 하면, ‘아이고, 뭐 어떻게 하나’ 해야지. 대통령이나 보사부장관이나 약사나, 뭐 신문기자나, 시민단체나 그 사람들보고 환자 치료하라 하면 그 사람들이 얼마나 하겠나. 과연 의사처럼 헌신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인가. 이런 걸 생각해 보라고.

  그러니까, 내가 몇십년 전부터 느껴온 것인데, 의사들이 자기홍보를 할 줄 모른다 말이야. 진료는 의사밖에 할 수 없는 거고, 다른 사람들은 모른다고. 그걸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려줘야 되는데, 안 알려주니까 이렇게 되는거야. 의사가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려면 이러이러한 조건이 필요하다고 알려줘야 되는데, 뭐 이게 없잖아?


안병탁: 이틀 뒤(17일)에 의사들의 투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얼마전의 의약정협의 결과를 인정할거냐, 반대할거냐 하는 투표입니다. 결국 일단 후퇴해서 장기전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전면전을 할 것이냐 하는 양자택일인데,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동식: 의사단독으로 그거는 현실적으로 안된다고 봐. 왜냐하면 전국민을 상대로 하고 있으니까. 의사 이외에 대학교수라든지 교사라든지 공무원이라든지 모든 사람이 지금 당하고 있다 말이야. 결국은 자꾸 그게 서로 연결되어서, ‘와!’ 하고 일어날 그런 상황이라. 그러니까 4.19때 교수데모처럼, 의사문제가 발화점이 되어 가지고 다른 문제도 따라서 해결된다면, 그 전면전이라는게 말이 되지만, 의사문제만 가지고 대통령과 어떻게 이건 절대 안된다고. 그러니까 의사하고 국민하고 분리가 되면 그게 안되는거야. 저 지하철 준법투쟁처럼 말이야, 아주 제대로 진료하고 말이야, 그런 제대로 하는 진료가 어떤건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어. 그러면 ‘이게 비용이 얼마나 들겠다’하는 것도 생각하게 될 거고. 


안병탁: ‘국민하고 분리되지 않는 투쟁’을 하려면, 의사사회 내부의 역량이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이동식: 의사 중에서, 보사부장관이라든지 대통령까지 만들 생각을 해야 되. 양성을 해야된다고. 정치도 그게 환자 치료하는 거나 마찬가진데, 역대 대통령, 정치인들이 해온걸 가만히 보면, 이건 치료가 아니라 난도질하는거 밖에 안하거든? 

  그러니까 그것도 일제잔재가 청산 안된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되. 대통령이나, 국민, 의사, 전부가 나라에 대해서 생각하는 훈련이 안되어 있거든. 의사 같으면 국민건강이 어떻게 된다 뭐 이걸 생각해야 되는데, 전부 왜놈들한테 뭐 명령받아 가지고 하는 이거만 했지, 자발적으로 생각하면 잡혀가니까. 그 일제시대 정신상태가 아직도 계속 되니까, ‘자기가 주인이다’, ‘의사가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이런 자각이 없다 이거야.


(녹취 및 정리: 안병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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